공돌이와 피카소

분명 여인은 달콤한 잠을 자고 있었다. 따뜻한 피부와 샛노란 머리결은 그녀의 미소를 떠오르게 했다. 그녀의 행복한 꿈은 테이블보에 발랄한 무늬를 그렸다. 잠이란 너무나 포근하고도 행복한 쉼이라고 그녀는 속삭였다.

공돌이와 피카소

분명 여인은 달콤한 잠을 자고 있었다. 따뜻한 피부와 샛노란 머리결은 그녀의 미소를 떠오르게 했다. 그녀의 행복한 꿈은 테이블보에 발랄한 무늬를 그렸다. 잠이란 너무나 포근하고도 행복한 쉼이라고 그녀는 속삭였다. 속삭이는 목소리에선 쇳소리가 났다. 여인의 모습이 문득 낯설다. 피곤함을 이기지 못해 몸이 뒤틀어진지도 모른채 작은 테이블에 엎드린 그녀가 보인다. 그녀는 뻐근하고 저린 몸과 두통으로부터 시달리는 하루를 보내고, 그런 하루를 또 보낼 것이다. 잠은 더 이상 포근한 쉼이 아니었다. 매일 반복되는 피곤과 더 이상 내일이 기다려지지 않는 절망적인 굴레, 그저 고통일 뿐이다. 분명 여인은 달콤한 잠을 자고 있었다. 그것은 포근한 쉼이어야했다. 이기지 못할 고통과 허덕임이 되지 않았어야 했다. 고통 속에서 몸부림치는 여인의 그림에 베어있는 씁쓸함은 좀처럼 떨쳐지지 않고, 나는 오늘밤도 잠을 청하기 두렵다.

— 이*경, 장*재 (KAIST 전산학부, 2019 가을)


“저녁노을이 물든 보랏빛 살결. 그 위로 흐트러지는 금색의 머리카락. 파스텔 톤의 옷. 따뜻하고 발랄한 식탁보. 어떻습니까, 저 여인이 빠진 포근한 잠이 상상되시나요?”

도슨트의 목소리에 고개를 들어 그림을 바라봤다. 꼬여진 다리. 굽은 등. 눌린 팔. 돌아간 목. 무겁게 닫힌 눈꺼풀. 비틀어진 자세만이 눈에 들어온다. 피곤함을 이기지 못해 몸이 뒤틀어진 지도 모르고 작은 테이블에 엎드린 여인은 잠시 후 뻐근한 몸과 두통으로 시달리는 하루를 보낼 것이다. 벌써 8시간 째 서 있었다. 전시관 아르바이트생에게는 의자를 주지 않는다. 척추에서 올라오는 뻐근함에 머리가 다 지끈지끈하다. 일이 끝나도 코딱지만 고시원으로 2시간에 걸쳐 (아마 서서) 퇴근해야 한다. 씻고 눈을 감았다 뜨면, 다시 2시간에 걸쳐 출근할 것이다. 나는 도저히 포근한 잠을 그림에서 읽어낼 수 없었다. 잠은 더 이상 쉼이 아니다. 하루를 마친 후의 휴식이자 행복한 꿈이기보다 버티어야 하는 피곤함이 되었다. 귀를 찢는 알람 소리에 눈을 뜰 때마다, 또 다시 찾아온 하루에 나는 차라리 천장이 무너지길 바랐다. 잠은 포근하고도 행복한 쉼이어야 했다. 일상을 옥죄는 이 고달프고 허덕이는 고통을 치료해 주어야 했다. 비틀어진 자세로 잠에 빠진 여인의 앞을 지키며, 나는 오늘도 포근한 잠을 갈망한다.

— 장*재, 이*경 (KAIST 전산학부, 2019 가을)


부드러운 머릿결, 온화한 표정, 따뜻한 색감의 옷. 이 얼마나 평온한 모습인가! 달콤한 꿈에 빠진 여인의 행복한 미소가 보인다. 잠이란, 포근하고 행복한 쉼이다. 그런데 시선을 더 내려본 순간 꼬인 다리가 눈에 띈다. 그림을 다시 본다. 무거운 머리에 짓눌린 팔이 눈에 들어온다. 점심 식사 후 피곤을 이기지 못하고 책상에 쓰러져 자던 내 모습이 겹쳐 보인다. 여인이 잠에서 깼을 때 느껴질 지끈거리는 이마와 뻐근한 다리, 그리고 저린 팔이 느껴진다. 나에게 잠이란, 고통이 함께하는 쉼이다.

— 조*빈, 원*호, 김*훈 (KAIST 전산학부, 2019 가을)


황금빛 머릿결, 포근한 테이블보, 파스텔 톤의 부드러운 옷. 포근함이 여인에게 미소를 선사한다. 깊고 고요한 휴식이다. 이를 음미하며 차분히 눈을 감았다 뜬 순간! 고요는 무참히 박살났다. 잔뜩 굽은 척추의 절규가. 짓눌린 양 팔의 처량한 발버둥이. 박살난 파편이 비수가 되어 여인의 몸에 박힌다. 이내 깨질듯한 머리로 하루를 기겠지. 이 잠은 더 이상 쉼이 아니다. 여인의 포근함은 나의 갈망일 뿐. 허기에 쩔어버린 의미없는 발버둥일 뿐. 공허히 굳은 입술을 잘근잘근 씹어 본다. 오늘 밤도 잠을 청하기가 두렵다.

— 이*철, 박*준 (KAIST 전산학부, 2019 가을)


노란 머리의 여인, 1931, 파블로 피카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