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음틀

눈내리는 추운 밤에는 내 방의 컵도 겨울의 얼음틀이 되지. 그런 밤에는 오리연못도, 학교 앞 갑천도, 저 멀리 대청호도 겨울의 얼음틀이야.

얼음틀

눈내리는 추운 밤에는 내 방의 컵도 겨울의 얼음틀이 되지. 그런 밤에는 오리연못도, 학교 앞 갑천도, 저 멀리 대청호도 겨울의 얼음틀이야. 장갑을 껴도 손이 에는 바람을 맞아가며 갑천가로 자전거를 탈 때면, 얼어붙은 수면 위로 흩날리는 싸락눈이 애처로워 추위도 잊고 바라보곤 했어. 봄이 오면, 기어코 봄이 찾아온다면, 겨울이 빚은 이 투박한 보석은 온데간데없이 녹아 사라지고 남겨진 틀에 희미한 기억만 흐르겠지. 이곳에 겨울이 있었노라고, 그 가엾은 계절이 봄을 위해 준비해 두었다던 작은 선물이, 사실은 정말 이곳에 있었더라고, 속삭이면서 말이야.

- 성웅 -


얼음꽃

 끼-기긱 뒤틀리는 얼음틀, 투두둑 떨어지는 얼음들. 끼-긱 투둑, 성장기의 습작을 모두 털어내고, 떠나보낸다. 마침내 드러난 때 묻은 민낯. 흐르는 물로 깨끗하게 몸을 씻어낸다. 보이지 않는 먼지라도, 한 톨, 혹여나 남아있을까. 더욱 꼼꼼히. 새로이 품을 다음의 정수(淨水)를 위해. 정성으로 피워 낼, 얼음꽃을 위해.

- 영진 -


공돌이와 얼음틀

어떤 것이든 될 수 있었던 물은, 얼음틀에서 모양을 갖추게 된다. 프로젝트도 그런 것 같다. 시작할 때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다가, 마무리 할 때는 결국 하나의 틀을 갖춘다. 프로젝트에 적합한 틀을 찾아내는건 쉽지 않은 것 같다. 자칫하면, 이상한 길로 빠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른 사람과의 협업이 좋은 것 같다. 혼자서는 절대 못할 생각을 주고 받을 수 있고, 내 의견을 더 객관적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의 나는 그러지 못했다. 다른 사람의 의견에 "별로다" 라고 반응하기 일쑤였고, 말로는 "좋다"고 해도 표정은 "별로다" 라고 말했다고 한다. 의견 조율을 하느라 생각지도 못한 부분에서 시간을 쏟을 때가 있었다. 최근에, 그 상황이 계속 반복되면서 조바심에 다른 생각들을 거부했던 것 같다. 아직 살피지 못한 부분이 많은데도, 성급하게 혼자 앞서 나갔던 것 같다. 아마, 마무리를 원했던 마음에 성급하게  혼자만의 틀을 고집했던 것 같다. 관련해, 여러가지의 틀을 항상 준비해놓는게 도움이 될거라는 조언을 들었다. 다른 사람과 의견이 충돌할 때, 재빨리 합의점을 찾기 위해서. 생각하고 있던 틀이 별로일 때, 빠르게 좋은 대안을 만들기 위해서. 물론, 하나의 틀만 신경써왔던 내겐 여러 개의 틀을 준비하는데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하지만, 해봐야겠다. 나만의 틀을 고집하지 않고, 다른 사람을 존중하기 위해서. 결국엔, 프로젝트를 더 좋게 만들기 위해서. 준비한 틀 태반이 쓰이지 않을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여러 관점에서 생각을 하면서 스스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 재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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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의 맛을 얼리는 얼음틀도 만들어줄 수 있나요?

저기 봐요. 저 학생들, 10시간씩 연기 연습을 하고 오는 극장 수습단원들이예요. 극장 끝까지 목소리가 안닿아서 목이 쉬어라 배에 힘주고 대사치는 거를 연습해요. 배에 힘 안들어갔다고 맞기도 하고, 말 안듣는다고 기합도 받고, 잔심부름도 막 하고 그러다가 딱 9시에 극장 닫으면 여기서 겨우 한시간 정도 수다떨다 집에 가는거란 말이에요. 며칠 전에는 땀냄새나고 눈은 다풀렸는데도 쉰목소리로 나중에 자기가 꼭 브로드웨이가서 주연을 하고 말거라고 아주 호언장담을 하더라구요. 근데 저 애들이 언제쯤 무대에 서볼 것 같아요? 다음달이요? 내가 보기엔 적어도 1년이에요. 주연은 어림도 없고 1년 내내 연습해야 내년에 엑스트라라도 간신히 할거예요. 이런 애들이 스포트라이트의 열기와 관객의 집중에 압도되는 그 느낌을 조금이라도, 진짜 조금이라도 알아야 이 고통스러운 시간을 버티지 않을까요? 그래서 내가 이 배우를 한명 아는데, 이 사람 도움을 받아서 그 무대의 맛이라는걸 얼려다가 이 친구들 음료에 살짝 넣어줄까 해요. 어때요? 무대의 맛을 얼리는 얼음틀도 만들어줄 수 있겠어요?

- 현종 -


얼음틀- 인연

얼음틀 속에서 물은 잠깐 틀의 형태로 머물다 다시 새로운 형태로 변할 준비를 하고 흩어진다. 문을 나서는 순간 머지않아 기억으로 밖에 남지않을 얼음이지만 누군가에겐 타는 목을 식혀줄, 누군가에겐 얼얼한 혀를 달래줄. 누군가에겐 고단한 하루의 피로를 풀어줄, 누군가에겐 멍을 어루어 만져줄 보석같은 존재.
물은 틀에 갇혀있는게 아니라 오히려 그 얼음틀로 인해 쉴새없이 스쳐가는 물의 여정 중 보석을 만들어 낼수있는 특별한 기회이다. 인연이다. 그리고 내 인생 잠시 거쳐가는 그 틀이라는 인연 속에서 무슨 멋진 일을 해낼수 있을지, 어떤 특별한 추억을 만들어낼지는 우리에게 주어진 선택이고 과제이다. 우리는 지금 이 순간, 인연, 상황, 기회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삶의 틀안에서의 만남을 별 생각 없이 흘려보내면 이것 또한 그저 스쳐지나가는 물로만 남겠지만, 그 순간 순간을 소중히 여기고 서로 아껴주며 같은 목표를 향해 나아감으로써 얼음과 같은 단단하고 멋진 보석을 만들어 내게 된다.

- 연경 -


얼음틀- 인연

얼음틀 속에서 물은 잠깐 틀의 형태로 머물다 다시 새로운 형태로 변할 준비를 하고 흩어진다. 오랜 노력 끝에 단단한 얼음을 품어낸 후엔 아쉬울틈 없이 언젠가 다시 만날 날을 기약하며 모두 자기 길을 찾아 흩어진다. 빛나던 얼음의 추억을 담은 물이 되어.

냉동실을 떠나는 순간부터, 결국 얼음을 이뤄낸 물들은 다시 새로운 틀을 찾아 떠나가는 동무에게 수십번을 인사하기 바쁘다. “안녕 또 만나자! 즐거웠어 고마웠어 수고했어!” 같이 만들어낸 얼음은 밖에선 얼마 버티지 못한다. 몇분? 길어야 30분이나 되려나?
문을 나서는 순간 머지않아 기억으로 밖에 남지않을 얼음이지만 누군가에겐 타는 목을 식혀줄, 누군가에겐 얼얼한 혀를 달래줄. 누군가에겐 고단한 하루의 피로를 풀어줄, 누군가에겐 멍을 어루어 만져줄 보석같은 존재

자유롭고 수십번은 바뀌는 물, 하지만 지금 이 순간 작은 공간에서 만나게 된 물들이 모여, 있는 힘껏 얼음틀에 맞는 얼음을 꿈꿔본다. 언젠가 다시 흩어지고 언제 또 다시 만날지 모르지만 예측할 수 없는 미래따위는 뒤로 한채 얼음틀안의 물들은 다같이 어깨동무를 하고 몸에 힘을 준다.

우리는 세상을 살면서 수많은 사람들과 마주치고, 교류하고, 지나치고, 헤어지고, 인연을 맺는다. 나의 인생에서 오래 두고두고 만날지도, 아님 가끔 마주칠지도, 아님 영영 못볼지도 모르는 인연들. 세상의 많고 많은 물중에 이 조합이 모이게 되어, 이 작은 얼음틀의 작은 칸안에 만나게 되어, 함께 얼음을 만들게 될 확률은 과연 얼마인가.

틀? 학교, 직장, 가족, 한국, 미국, 모든 환경이 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그 틀은 언제든지 바뀔수 있으며, 수시로 바뀌고 있다. 틀을 흔히 강박된 개념으로 생각을 하지만 그 틀이 있기 때문에 우리가 여러가지 상황에서 적응하고 행동하는 법을 배운다.

물은 틀에 갇혀있는게 아니라 오히려 그 얼음틀로 인해 쉴새없이 스쳐가는 물의 여정 중 보석을 만들어 낼수있는 특별한 기회이다. 인연이다. 그리고 인생의 잠시 거쳐가는 그 틀이라는 인연 속에서 무슨 멋진 일을 해낼수 있을지, 어떤 특별한 추억을 만들어낼지는 우리에게 주어진 선택이고 과제이다. 삶의 틀안에서의 만남을 별 생각 없이 흘려보내면 이것 또한 그저 스쳐지나가는 물로만 남겠지만, 그 순간 순간을 소중히 여기고 서로 아껴주며 같은 목표를 향해 나아감으로써 얼음과 같은 단단하고 멋진 보석을 만들어 내게 된다. 우리는 지금 이 순간, 인연, 상황, 기회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 연경 -